그 어느
때보다 단순한 한 해였습니다. 그리운 이들과의 만남은 연기되었고 계절의 아름다움을 즐길 바깥 활동은
멈추었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몇 가지 행동 수칙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계획이나 예측이 허용되지 않는, 극도로 단순하고 공허한 시간이었지요. 이마저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을 이러한 상황 가운데에서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은 어째서 여전히 복잡하고, 고민스러우며,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혼자만의 시간은 어느새 또 다른 고민으로 채워지고 무수한 상념들은 어김없이 새로운 문젯거리를
발견해냅니다. 왜 우리는 충분히 단순해지지 못하고 있을까요?
물리적
활동만이 해야 할 일들의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제한된 상황이 만들어낸 어려운 일들도 물론 많을 테지요. 하지만 혹시, 조금이나마 단순해질 수 있는 삶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잠시 돌이켜 봅니다. 무엇이든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건네고 싶습니다. 지나치게 몰아붙이지 말고
잠시 숨을 고르라고 말이지요.